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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학생 간호 실습 경험담 (편견, 현장, 적응기)

by 컨디션1000 2025. 6.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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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학생 간호 실습 경험담 관련 사진

 

 

간호학과에서 남학생은 아직 소수입니다. 전체 간호 인력 중 남성의 비율이 점점 늘고는 있지만, 실습 현장에서는 여전히 ‘남자 간호사’에 대한 고정관념과 불편한 시선이 존재합니다. 이 글에서는 간호학과 남학생으로서 실습을 하며 마주한 편견, 실습 현장에서의 실제 상황, 그리고 이를 어떻게 극복하고 적응했는지를 현실적이고 구체적으로 담아보았습니다. 남학생 후배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편견의 시선 속에서 – '간호는 여성의 일'이라는 오래된 벽

간호학과에 입학하면 남학생이라는 이유만으로 주변에서 듣게 되는 말들이 있습니다. “너 왜 간호학과 왔어?”, “간호사도 남자가 해?”, “장래에 의대 갈 거야?” 같은 질문들은 단순한 호기심처럼 들릴 수 있지만, 반복되면 스스로의 진로를 의심하게 만드는 말이기도 합니다. 특히 실습을 시작하고 병원에 나가게 되면, 이 시선은 더욱 직접적으로 다가옵니다.

가장 먼저 마주하는 편견은 ‘성별에 따른 역할 기대’입니다. 간호는 기본적으로 환자와의 친밀한 신체 접촉이 필요한 직업입니다. 그러나 실습 초반, 일부 병동에서는 “여자 환자니까 네가 하지 말고 다른 친구가 해줘”, “남자 실습생은 손대지 마” 등의 말을 듣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는 보호자의 요청일 수도 있고, 병원의 내부 방침일 수도 있지만, 실습생 입장에서는 자칫 ‘나는 할 수 없는 존재’라는 인식을 갖게 만듭니다.

또한 동기 여학생과 똑같은 과정을 거쳐 같은 교육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남학생 실습생은 ‘도움이 필요한 보조자’로 인식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특히 나이가 많은 간호사나 교수님일수록 “남자니까 좀 무겁고 위험한 건 네가 해” 또는 “어차피 군대 가면 안 하게 될 거잖아”라며 직접적인 기대 혹은 회피의 시선을 보이기도 합니다.

더 큰 문제는 실습 중 환자나 보호자에게서 느껴지는 무의식적인 불신입니다. 간혹 여자 환자 보호자들이 남학생 실습생이 환자의 활력징후를 재거나 상태를 체크하려 할 때, 눈빛이 경계심으로 가득 차거나, “여자 간호학생은 없어요?”라고 묻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럴 때 실습생은 단순히 거절당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정체성과 전공에 대한 존재 이유를 부정당한 느낌을 받게 됩니다.

이러한 편견은 단순히 상처가 아니라, 학습 의욕과 간호 전문직으로서의 자존감까지 떨어뜨리는 요인이 됩니다. 그러나 이를 회피하거나 수동적으로 받아들이기보다는, 차근차근 자신의 자세와 태도로 신뢰를 얻는 방식이 필요합니다.

 

 


 

실습 현장의 현실 – 남학생이기 때문에 할 수 있었던 것들

편견 속에서도 실습 현장에서는 오히려 남학생이기 때문에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역할도 분명히 존재합니다. 특히 외과병동, 응급실, 정신과 병동, 중환자실 같은 고위험 또는 체력 소모가 큰 부서에서는 남학생 실습생이 더 주체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외과 병동에서는 수술 후 회복 중인 남자 환자의 소변 줄 교환, 체위 변경, 보조 이동 같은 경우에 남학생 실습생이 상대적으로 부담 없이 다가갈 수 있습니다. 또한, 체격이 큰 환자의 침대 이동이나 낙상 위험 시 도움 요청도 남학생에게 자연스럽게 들어옵니다. 이는 육체적 노동이라는 의미보다는 상황을 통제하고 빠르게 대처하는 현장 적응력을 길러주는 계기가 됩니다.

정신과 병동에서는 자·타해 위험이 있는 환자와의 거리 유지, 응급상황 시 대응 등에서 남학생 실습생이 보호자적 역할을 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처음에는 "혹시 나에게 더 위험한 상황이 닥치면 어쩌지?"라는 불안감도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며 환자와의 신뢰 관계 형성, 의사소통, 비언어적 관찰력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중환자실(ICU)에서는 고도의 집중력이 요구되며 기계적인 수치와 환자의 상태 변화를 동시에 체크해야 합니다. 이때 장비 설명이나 모니터링 체계에 대한 학습을 더 빠르게 받아들이는 학생으로서, 간호사 선생님들이 “기계 쪽은 잘 알지?”, “이건 직접 보면서 배워봐”라고 기회를 주시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이처럼 실습 현장에서 남학생 실습생이 능동적으로 역할을 찾고 책임감 있게 임했을 때 오히려 더 많은 배움과 인정, 협업의 기회를 얻을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실습생으로서의 자세와 전문성에 대한 꾸준한 태도이며, 이를 통해 성별을 넘어선 간호 인재로서의 존재감을 보여줄 수 있습니다.

 

 


 

적응의 과정 – 남자 간호사로서 나를 이해하기까지

실습을 하면서 가장 큰 고민은 ‘나는 이 길이 맞는가?’라는 질문이었습니다. 간호학과 입학부터 수많은 시선과 질문에 답해왔지만, 실습 현장은 그 이상의 현실을 마주하게 됩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남자 간호사’가 아닌, ‘간호를 하는 사람’으로서 자신을 바라보는 시각을 스스로 만들게 되었습니다.

적응 과정에서 가장 효과적이었던 전략은 “관찰과 질문”이었습니다. 처음엔 말 걸기도 어렵고, 뭘 해야 할지도 몰랐지만, 눈으로 관찰하고 노트에 적은 후, 쉬는 시간에 간호사 선생님께 조심스럽게 질문하는 것을 반복했습니다. 이를 통해 “얘는 정말 배우려는 자세가 되어 있구나”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었고, 시간이 갈수록 더 많은 케이스를 설명해 주시거나 직접 보여주기도 하셨습니다.

또한 실습 중간 피드백 시간이나 실습일지 작성 시 솔직하게 느낀 점과 어려웠던 부분, 개선하고 싶은 부분을 적으면서 점차 자기 성찰의 힘을 키우게 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정신과 실습에서는 “처음엔 무섭고 낯설었지만, 환자가 나를 신뢰하는 모습을 보며 내가 필요한 존재라는 걸 느꼈다”는 식의 정리가 실습 전체의 의미를 되새기게 했습니다.

남학생 실습생으로서 가장 중요한 태도는 “내가 왜 간호를 선택했는지 스스로에게 계속 질문하고 확인하는 것”입니다. 외부의 편견과 시선에 흔들리지 않고, 내가 이 직업을 택한 이유와 가치를 잃지 않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적응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실습을 마친 후에는 같은 남학생 간호학과 동기들과 실습 경험을 공유하는 시간도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서로 겪은 차별이나 힘든 경험, 극복 방법 등을 나누며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라는 위로를 받았고, 더 단단해질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결론  :  편견을 깨는 건 행동, 태도, 그리고 전문성

남학생 간호학과 실습생으로서 겪는 어려움은 분명 존재합니다. 그러나 그것이 간호사로서의 자질과 능력을 제한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편견이 존재할수록, 나의 전문성과 태도, 책임감은 더 큰 힘을 가질 수 있습니다.

실습은 단지 ‘학교 성적을 위한 통과 의례’가 아니라, 내가 어떤 간호사가 될지를 미리 연습하고 체험하는 시간입니다. 그 과정에서 남자라는 성별은 더 이상 장애물이 아니라, 다양한 상황에서 강점을 발휘할 수 있는 하나의 특성이 될 수 있습니다.

후배 남학생 간호학과 실습생들에게 말하고 싶습니다.
당당하게 배우고, 적극적으로 질문하며, 겸손한 자세로 실습에 임하세요.
편견은 단어로 깨는 것이 아니라, 실력과 태도로 무너뜨릴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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