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노매드들이 꿈꾸는 여행지 중 ‘발리(Bali)’만큼 자주 언급되는 곳도 드물다. 동남아시아의 작은 섬에 불과하지만, 발리는 자유로운 분위기, 비교적 저렴한 물가, 아름다운 자연환경으로 인해 전 세계 노매드들에게 ‘성지’로 통한다. 2024년 현재에도 발리는 여전히 인기 높은 노매드 거점 도시 중 하나이며,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이곳에서 노트북을 펼치고 일을 하며 삶을 즐긴다. 그러나 발리 노매드의 현실은 단순히 해변에서 노트북을 두드리는 낭만적인 이미지로만 설명되기 어렵다. 이번 글에서는 ‘발리 노매드 생활기’를 주제로, 비용, 환경, 인터넷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를 통해 이곳에서의 실제 삶을 구체적으로 들여다본다.
발리 노매드 생활기 : 비용, 발리 노매드의 현실적인 계산
발리는 저렴한 물가로 유명하다. 하지만 디지털 노매드로 발리에서 생활하려면 생각보다 더 꼼꼼한 예산 관리가 필요하다. 첫째, 숙소 비용이 상당히 다양하다. 로컬 게스트하우스에서 한 달 30만 원 정도로 살 수도 있지만, 에어비앤비나 고급 빌라를 선택할 경우 월 150만 원에서 400만 원 이상까지도 든다. 특히 인기 지역인 우붓(Ubud), 짱구(Canggu), 스미냑(Seminyak)에서는 외국인 수요로 인해 임대료가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둘째, 교통비도 무시할 수 없다. 발리에는 대중교통이 발달하지 않아 대부분 오토바이를 렌트하거나 택시 앱을 이용한다. 오토바이 렌트 비용은 한 달 약 15만~25만 원 선이며, 휘발유 가격도 자주 변동한다. 셋째, 식비는 선택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로컬 와룽(Warung)에서 식사하면 한 끼에 3천 원에서 6천 원으로 해결되지만, 서양식 레스토랑이나 비건 레스토랑에서는 한 끼에 2~3만 원이 훌쩍 넘는다. 노매드 커뮤니티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말이 “발리는 저렴할 수도, 비쌀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넷째, 비자 비용도 중요한 변수다. 2024년 기준, 발리는 디지털 노매드를 위해 여러 비자 옵션을 제공하고 있다. 관광 비자는 최대 60일까지 연장 가능하나, 장기 체류를 위해서는 비자 비용과 행정 수수료가 추가로 든다. 장기 비자 프로그램인 B211A 사회문화 비자나 디지털 노매드 비자 발급 비용은 수십만 원에서 백만 원 이상 들 수 있으며, 일부는 에이전트를 통해 처리해야 한다. 다섯째, 헬스장, 요가 스튜디오, 마사지 같은 생활 서비스 비용도 노매드들의 중요한 관심사다. 발리의 요가 수업은 한 번에 1만 5천 원 정도이며, 한 달 무제한 요가권은 15만~30만 원 수준이다. 마사지도 1시간에 1만~3만 원 선으로 저렴하지만, 관광지 중심으로 갈수록 가격이 오르는 경향이 있다. 여섯째, 노매드들은 종종 코워킹 스페이스를 이용한다. 발리의 대표적인 코워킹 공간인 Dojo Bali, Outpost, BWork 등은 월 15만 원~30만 원 정도로 이용 가능하다. 여기에 커피, 프린터, 미팅룸 사용 등이 포함되지만, 환율 변동에 따라 가격이 수시로 달라진다. 일곱째, 의료비도 예산에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 발리에는 국제 병원이 있지만 비용이 만만치 않다. 단순 감기 진료도 5~10만 원 정도이며, 큰 병이나 사고 시 의료 이송 보험이 필수다. 결국 발리 노매드의 생활비는 월 100만 원 안쪽으로도 가능하지만, 생활 수준에 따라 300만 원에서 500만 원 이상으로 치솟을 수 있다. SNS 속 화려한 발리 라이프를 그대로 따라가다가는 생각보다 큰 비용이 들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환경, 발리가 주는 기회와 한계
발리를 찾는 디지털 노매드들이 가장 매력을 느끼는 부분은 단연 ‘환경’이다. 울창한 정글, 끝없이 펼쳐진 해변, 신비로운 사원, 그리고 해 질 무렵 바닷가를 물들이는 석양은 발리에서만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첫째, 발리는 영감의 섬이다. 창작자나 예술가, 작가들이 이곳에서 머무는 이유는 발리 특유의 자연과 문화가 무궁무진한 아이디어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둘째, 정신적인 안정감도 크다. 발리 사람들은 힌두교 문화 속에서 살아가며 여유롭고 친절하다. ‘발리 타임(Bali Time)’이라는 농담처럼, 이곳 사람들은 서두르지 않는다. 노매드들은 이런 분위기 속에서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삶의 균형을 찾는다. 셋째, 다양한 커뮤니티 활동이 발리의 큰 매력이다. 요가, 서핑, 명상 클래스가 곳곳에서 열리고, 노매드 커뮤니티도 활발하다. 특히 짱구 지역은 외국인 노매드들의 중심지로, 코워킹 스페이스에서 매일같이 네트워킹 이벤트나 워크숍이 열리며, 서로 정보와 프로젝트를 공유한다. 넷째, 그러나 발리의 환경은 단점도 분명하다. 우기철에는 연일 폭우가 쏟아져 도로가 물에 잠기고 교통이 마비된다. 길이 진흙탕으로 변해 오토바이 사고가 잦고, 일부 지역은 정전도 빈번하다. 다섯째, 쓰레기 문제가 심각하다. 관광객 급증으로 인한 환경오염이 큰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으며, 해변에 플라스틱 쓰레기가 밀려드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여섯째, 생활 소음도 있다. 발리의 도시 지역은 한창 개발 중이어서 공사 소음이 상당히 크다. 특히 짱구와 스미냑 지역은 낮부터 밤늦게까지 공사 소리로 시끄럽고, 이 때문에 집중 업무에 방해를 받는 노매드들도 많다. 일곱째, 문화 차이로 인한 불편도 존재한다. 종교의식으로 인한 도로 통제, 매연 문제, 갑작스러운 휴무일 등이 노매드들의 일정에 영향을 미친다. 여덟째, 발리는 범죄율이 낮은 편이지만, 소매치기나 오토바이 절도 같은 사건은 여전히 발생한다. 특히 외국인 노매드를 표적으로 한 범죄가 늘어나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그러나 이러한 단점에도 불구하고, 발리가 주는 자연의 아름다움과 영적인 에너지는 여전히 많은 노매드들을 끌어당긴다. 결국 발리의 환경은 양날의 검이다. 매혹적인 자연과 문화적 여유가 공존하지만, 동시에 열대 지방 특유의 기후와 급속한 관광 개발로 인한 부작용이 함께 뒤따른다. 발리에서 노매드로 살아간다는 것은 이 모든 장단점을 받아들이고 자신의 생활 방식을 그에 맞게 조율해야 가능한 일이다.
인터넷, 발리 노매드의 생명줄
디지털 노매드에게 ‘인터넷’은 그야말로 생명줄이다. 발리의 아름다운 해변이나 열대 우림은 노매드를 불러들이지만, 인터넷 속도와 안정성 없이는 노매드 생활이 불가능하다. 발리의 인터넷 사정은 최근 몇 년 새 크게 개선되었지만 여전히 한계가 존재한다. 첫째, 지역별 편차가 매우 크다. 짱구, 스미냑, 우붓 같은 주요 지역은 광케이블 인터넷이 설치되어 있어 비교적 안정적이다. 그러나 중심지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속도가 크게 떨어진다. 둘째, 숙소별 인터넷 품질이 천차만별이다. 에어비앤비에서 ‘고속 인터넷 제공’을 광고하더라도 실제로는 공유 라인을 쓰는 경우가 많아 동시 접속 인원이 많으면 속도가 급격히 느려진다. 노매드들 사이에서 “발리 인터넷은 운빨”이라는 농담이 돌 정도다. 셋째, 코워킹 스페이스는 인터넷 품질이 가장 안정적이다. 발리의 대표적 코워킹 공간들은 대부분 고속 라인을 사용하며, 백업 회선도 준비되어 있다. 그러나 이 역시 완벽하지 않다. 정전이 잦은 발리의 특성상 몇 초간 전기가 끊겼다가 다시 들어오면 인터넷도 재접속해야 하는 불편이 뒤따른다. 넷째, 데이터 요금은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발리에서 현지 SIM카드를 구입하면 월 20GB 기준 약 2만~3만 원 정도로 이용 가능하다. 그러나 고화질 영상 회의나 파일 업로드가 많은 노매드에게는 부족할 수 있다. 다섯째, 노매드들은 인터넷의 안정성을 위해 이중 장치를 마련한다. 모바일 데이터 핫스폿을 준비하거나, 코워킹 스페이스 멤버십을 동시에 유지하는 식이다. 여섯째, VPN은 필수다. 발리의 공공 와이파이는 보안 수준이 낮아 해킹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노매드 커뮤니티에서도 “발리에서 VPN 없이 일하지 말라”는 조언이 끊임없이 올라온다. 일곱째, 속도 외에도 ‘핑(Ping)’ 값이 중요하다. 클라우드 작업이나 원격 데스크톱, 영상 통화 등에 지연이 심하면 업무에 큰 지장을 준다. 특히 미국, 유럽 서버를 사용하는 경우 발리에서의 물리적 거리가 문제를 일으킨다. 여덟째, 발리의 인터넷은 여전히 ‘정전 리스크’에 취약하다. 갑자기 모든 시설이 멈춰 서고, 무더위 속에서 작업이 불가능해지는 상황이 생긴다. 이러한 불안정성은 노매드들에게 큰 스트레스 요인이며, 결국 발리 노매드들이 코워킹 스페이스를 선호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결국 발리에서의 디지털 노매드 생활은 인터넷에 크게 좌우된다. 인터넷만 안정적이라면 발리는 최고의 노매드 도시 중 하나이지만, 그렇지 않다면 일상 자체가 마비될 수 있다. 발리를 선택한 노매드라면 인터넷 환경을 가장 중요한 체크리스트로 두어야 한다는 사실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발리는 디지털 노매드들에게 여전히 꿈의 섬이다. 그러나 그 안에는 철저히 준비하지 않으면 곧 현실적 문제로 부딪히는 수많은 변수가 존재한다. 비용, 환경, 인터넷이라는 세 가지 요소만 보더라도 발리에서의 노매드 라이프는 단순한 여행이 아니다. 자신만의 예산 계획과 라이프스타일, 그리고 일할 수 있는 환경 확보가 필수적이다. 발리를 꿈꾸는 디지털 노매드라면 반드시 현실적인 준비와 정보 수집을 먼저 해야 한다. 그렇다면 발리는 분명 삶을 크게 바꿔놓을 수 있는 멋진 무대가 될 수 있다.